The Post-American In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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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ooling·2026년 1월 6일·3

미국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는 시대, 개발자가 기술 주권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실천해야 할 3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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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의 시대가 흔들릴 때, 개발자가 '기술 주권'을 지키며 살아남는 3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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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야생형 개발자'로 구르다 체계가 잡힌 지금의 회사로 이직했을 때, 솔직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안도감이었습니다. AWS가 제공하는 견고한 인프라, GitHub Copilot이 제안하는 코드, 슬랙으로 연동되는 매끄러운 업무 파이프라인. 모든 것이 미국 빅테크 기업이 깔아둔 레일 위에서 완벽하게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리 닥터로우(Cory Doctorow)가 39C3에서 발표한 '포스트-아메리칸 인터넷(The Post-American Internet)' 연설문을 읽으며, 저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던 이 편리함이 사실은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일지도 모른다는 자각 때문이었습니다.

닥터로우는 지난 25년간 이어져 온 '범용 컴퓨팅에 대한 전쟁'을 이야기합니다. 핵심은 DMCA(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와 같은 우회 금지법(Anti-circumvention laws)입니다. 쉽게 말해, 기업이 만든 디지털 제품을 사용자가 뜯어보거나 수정하는 것을 법으로 막아버린 겁니다. 개발자로서 이 대목에서 뼈저리게 공감했습니다. 우리는 벤더사가 제공하는 API가 갑자기 유료화되거나(Enshittification), 레거시가 된 라이브러리가 보안 패치 없이 방치될 때 얼마나 무력했습니까? 그들이 정해놓은 '비즈니스 모델'을 거스르는 모든 행위가 사실상 범죄 취급을 받거나 기술적으로 차단되는 현실, 이것이 바로 닥터로우가 지적한 '사업 모델에 대한 중죄적 경멸(Felony Contempt of Business Model)'입니다.

제가 스타트업 시절 겪었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특정 SaaS 솔루션에 의존해 서비스를 구축했다가, 그 회사가 정책을 바꾸는 바람에 서비스 전체가 마비될 뻔했던 경험 말입니다. 그때 우리는 코드를 고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벤더사의 고객센터에 매달리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요금제를 결제해야 했죠.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가 쳐놓은 울타리에 갇힌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닥터로우는 지금 그 견고했던 '미국 중심의 인터넷' 문이 열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지정학적 위기가 그 균열을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유럽(EU)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더 이상 미국 빅테크의 '디지털 소작농'으로 남기를 거부하고, 기술 주권(Tech Sovereignty)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개발자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 변화의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저는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려 합니다.

1. 블랙박스를 거부하고 '내부 원리'를 파악하세요.

Cursor나 Claude 같은 AI 도구가 코드를 짜주는 시대입니다. 편하죠. 하지만 그 결과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다면, 우리는 그저 도구의 소비자로 전락합니다. 벤더 락인(Vendor Lock-in)을 피하려면, 편의성 뒤에 숨겨진 로우 레벨의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저는 요즘 팀원들에게 PR 리뷰 때 "이 라이브러리가 없어져도 우리가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집니다.

2. 오픈 소스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에 기여하세요.

닥터로우가 말하는 '새로운 연합'은 결국 폐쇄적인 생태계를 거부하는 힘입니다. 특정 클라우드나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아키텍처, 즉 MSA(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설계할 때도 '이식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특정 벤더의 독점 기술보다는 표준 기술과 오픈 소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서비스의 생명력을 지키는 길입니다.

3. '탈중앙화'된 대안을 주시하세요.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거대 모델뿐만 아니라, 로컬에서 구동 가능한 Llama나 Mistral 같은 경량화 모델(sLLM), 그리고 엣지 컴퓨팅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데이터가 국경을 넘지 않고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10년 차, 20년 차 개발자로 살아남기 위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포스트-아메리칸 인터넷'은 두려운 미래가 아닙니다. 오히려 소수의 거대 기업이 독점하던 인터넷의 주도권을, 다시 우리 개발자와 사용자에게 가져올 기회일지 모릅니다. 변화의 파도 앞에서 단순히 휩쓸리지 않고, 그 파도 위에 올라타는 현명한 엔지니어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작성하는 코드 한 줄이, 누군가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를 확장하는 것이 되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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