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자면, 스타트업 시절의 저는 '대충 빠르게'가 미덕인 줄 알았습니다.
기능이 돌아가기만 하면 배포했고, 로그는 에러 났을 때나 뒤져보는 사치품 취급했죠.
그런데 체계 잡힌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나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정확도(Accuracy)가 곧 비용이다."
트래픽이 몰릴 때 1%의 오차가 얼마나 끔찍한 스노우볼을 굴리는지, 선배들에게 깨지면서 배웠거든요.
최근 런던 지하철(Tube)이 도입하려는 기술을 보고 그때의 식은땀이 다시 흘렀습니다.
단순한 기차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건 우리 같은 백엔드 개발자가 '외부 의존성'과 '정확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완벽한 레퍼런스거든요.
런던 지하철은 지금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바로 GPS가 지하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이죠.
지상에서는 위성이 위치를 알려주지만, 터널로 들어가는 순간 기차는 눈을 감고 달리는 셈입니다.
물론 기존에도 '가속도계(Accelerometer)'라는 게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센서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드리프트(Drift)' 현상을 일으킨다는 겁니다.
마치 우리가 레거시 코드를 방치했을 때, 데이터 정합성이 조금씩 어긋나다가 나중엔 겉잡을 수 없이 틀어지는 것과 똑같습니다.
결국 주기적으로 위성 보정을 받아야 하는데, 지하에선 그게 안 되니 오차가 미터(m) 단위로 벌어지죠.
그래서 연구진들이 꺼내 든 카드가 충격적입니다.
바로 '양자 가속도계(Quantum Accelerometer)'입니다.
이름부터 SF 영화 같죠?
원리는 더 기가 막힙니다.
원자를 절대영도에 가깝게 냉각시킵니다.
그럼 이 원자들이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처럼 움직이는 양자 상태가 되는데,
기차가 가속할 때마다 변하는 이 '파동 패턴'을 측정해서 위치를 계산한다는 겁니다.
결과가 어떻냐고요?
기존의 미터(m) 단위 오차가 센티미터(cm) 단위로 줄어듭니다.
위성 도움 없이, 오로지 기차 스스로의 힘만으로 말이죠.
개발자인 제가 소름 돋았던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모니터링의 해상도'가 달라집니다.
기존에는 기차가 대충 '이동 블록(Moving Block)' 안에 있다는 것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양자 센서를 달면 선로의 미세한 결함 위치를 cm 단위로 찍어낼 수 있습니다.
유지보수 팀이 "이 근처 어딘가 고장 났어"라며 삽질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거죠.
우리로 치면, "DB 에러 났어요"라고 징징대던 로그가,
"User 테이블 34번째 로우 인덱싱 깨짐"이라고 정확히 짚어주는 격입니다.
둘째, '외부 의존성(Dependency) 제거'입니다.
영국 정부가 이 기술에 목매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만약 전쟁이나 태양 플레어로 GPS 위성망이 마비된다면?
영국 경제는 하루에만 14억 파운드(약 2조 4천억 원)의 손실을 입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양자 나침반이 있다면, 외부 시스템(GPS)이 다 죽어도 기차는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MSA(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전환 때 겪었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결제 모듈 API가 뻗었다고 전체 주문 시스템이 먹통이 됐던 그 날 밤의 기억이요.
진짜 고수들은 외부 API가 죽었을 때를 대비해 내부 캐싱이나 폴백(Fallback) 로직을 촘촘하게 짜둡니다.
런던 지하철은 지금 그 '폴백 시스템'을 양자 물리학으로 구현하고 있는 겁니다.
"아니, 기차 위치 좀 정확히 아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MoniRail과 같은 기업들이 여기에 사활을 거는 건, 그게 곧 '생존'이기 때문입니다.
GPS가 끊겨도, 터널 깊숙한 곳에서도, 시스템은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증명해야 하니까요.
우리 개발자들의 삶도 비슷하지 않나요?
화려한 프레임워크나 AI 툴(Cursor, Copilot)이 쏟아져 나오지만,
결국 내 코드가 어디서 병목을 일으키는지, 내 서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외부 도구(위성)에 의존하다 길을 잃는 신세가 될지도 모릅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본기는 더 정교해져야 합니다.
오늘 퇴근하기 전, 습관적으로 짠 로그 한 줄이 정말 '센티미터 단위'의 정확함을 담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누가 알겠어요? 그 한 줄이 나중에 시스템 전체가 셧다운되는 걸 막아줄 '양자 나침반'이 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