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자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쿼리 속도 때문에 등 뒤에서 식은땀을 흘려본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월요일 아침 회의 직전, 마케팅 팀에서 요청한 대시보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아 로딩 바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 순간들 말이죠. 인덱스를 태우고, 쿼리 플랜을 뜯어보고, 결국엔 비싼 인스턴스로 스케일업을 해서 겨우겨우 위기를 넘기곤 했습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데이터베이스 성능 문제를 CPU와 메모리, 그리고 디스크 I/O의 싸움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그동안 '데이터베이스'와 'GPU'는 서로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여겼습니다. GPU는 머신러닝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화려한 그래픽을 렌더링하는 녀석들이고, 데이터 처리는 묵묵히 CPU가 담당하는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죠. 데이터 전송 대역폭(PCIe) 문제나 복잡한 메모리 관리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술 트렌드를 보면 이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오늘 소개할 'Sirius DB'가 바로 그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흥미로운 도구입니다.
Sirius DB는 스스로를 'GPU-native SQL 엔진'이라고 정의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흔히 쓰는 SQL 쿼리를 GPU의 막강한 병렬 처리 능력을 이용해 가속화해 주는 기술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기존 시스템을 갈아엎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보통 새로운 DB 엔진을 도입한다고 하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부터 쿼리 재작성까지 끔찍한 야근의 연속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Sirius는 DuckDB 같은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플러그인 형태로 붙어서 작동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핵심은 'Substrait'이라는 표준 쿼리 포맷에 있습니다. Substrait은 서로 다른 데이터 시스템끼리 쿼리 계획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공용 언어 같은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익숙한 DuckDB 환경에서 SQL을 날리지만, 뒤단에서는 Sirius가 이 쿼리를 가로채서 GPU로 처리해 버리는 구조죠. 마치 오래된 자동차 엔진에 최신형 터보차저를 장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능 수치는 꽤나 자극적입니다. 동일한 하드웨어 비용을 기준으로 DuckDB보다 10배, 대용량 분석에 특화된 ClickHouse보다도 60배 더 빠르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벤더가 제시하는 벤치마크는 적당히 걸러서 봐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GPU의 병렬 처리 특성이 OLAP(온라인 분석 처리) 워크로드와 만났을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는 건 이론적으로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현업 엔지니어로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호환성'과 '안전장치'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특정 쿼리에서 뻗어버리면 운영 환경에 절대 올릴 수 없습니다. Sirius는 GPU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연산이 나오거나 메모리가 부족할 경우, 자연스럽게 CPU로 처리를 넘기는 'CPU 폴백(Fallback)' 기능을 지원합니다. 이런 유연함이 있어야 비로소 실무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죠.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 어디든 배포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 뒤에는 꽤 진지한 학술적 연구들이 깔려 있습니다. SIGMOD나 VLDB 같은 저명한 데이터베이스 학회에 꾸준히 논문을 내면서, 조인 순서 최적화(Join Ordering)나 조건절 전송(Predicate Transfer) 같은 난제들을 GPU 환경에서 어떻게 풀지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단순히 "GPU 씁시다!"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 특성에 맞춰 데이터베이스 엔진의 밑바닥부터 다시 설계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물론 Sirius DB가 만능은 아닐 겁니다. 트랜잭션이 빈번한 OLTP 환경보다는, 대량의 데이터를 집계하고 분석하는 업무에 특화되어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CPU의 물리적 한계에 부딪혀 샤딩을 고민하거나 값비싼 웨어하우스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이제는 시야를 좀 더 넓혀봐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지금 '컴퓨팅 리소스의 대전환기'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AI 엔지니어만 GPU 서버실을 기웃거렸다면, 이제는 백엔드나 데이터 엔지니어들도 "우리 쿼리, GPU에 태워볼까?"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내 도구 상자에 넣어둘 만한 녀석인지 꼼꼼히 뜯어보는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동료들과 "요즘 이런 게 나왔다더라" 하고 가볍게 이야기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