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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기여, 거창한 사명감보다 '이기심'이 먼저입니다

오픈소스 기여, 거창한 사명감보다 '이기심'이 먼저입니다

김현수·2026년 1월 4일·3

거창한 사명감보다 나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이기적 이타주의'가 어떻게 오픈소스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지 KDE 문서 관리자의 사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안녕하세요, 10년 차 개발자 김현수입니다.

오늘은 좀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다들 '오픈소스 기여'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엄청난 코딩 실력을 갖춘 천재가 밤새워 커널을 뜯어고치는 모습?

아니면 인류의 기술 발전을 위해 무보수로 헌신하는 성자 같은 마음?

솔직히 말해, 저도 주니어 때는 그런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내가 감히 남의 코드에 손을 대도 되나?" 싶었죠.

그런데 최근 KDE(리눅스 데스크톱 환경) 문서 관리자의 회고를 읽고 무릎을 쳤습니다.

이분의 아이디는 'rabbiticTranslator'입니다.

현재 KDE 개발자 플랫폼 문서의 실질적인 관리자이자, 가장 많은 커밋을 한 장본인이죠.

그런데 이분의 시작은 개발자가 아니었습니다.

포르투갈어와 독일 문학을 전공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2015년, 윈도우 8을 쓰다가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도구를 찾던 중이었죠.

포토샵은 너무 비싸고 단축키가 불편했습니다.

그때 만난 게 오픈소스 그래픽 툴인 'Krita'였습니다.

단축키가 손에 착 감겼고, 자연스럽게 리눅스와 KDE의 세계로 들어오게 됩니다.

재밌는 건 이분이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한 계기입니다.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레딧(Reddit) 커뮤니티에서 자기 아이디 옆에 붙는 '플레어(별명 태그)'를 예쁘게 꾸미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기존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그래서 직접 운영진(Moderator)에 지원해서 뜯어고쳤습니다.

이걸 두고 '이기적 이타주의(Selfish Altruism)'라고 하더군요.

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움직였는데, 결과적으로 남들도 편해지는 겁니다.

개발자가 흔히 말하는 "가려운 곳 긁기(Scratch your own itch)"의 전형이죠.

그렇게 번역 활동을 시작했고, 점차 개발 영역으로 발을 들입니다.

하지만 진짜 난관은 코딩이 아니라 '문서'였습니다.

개발을 배우려고 튜토리얼을 따라 하는데, 도무지 빌드가 안 되는 겁니다.

특히 C++ 프로젝트의 핵심인 CMake 설정이 엉망이었죠.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아무리 코드가 좋아도, 빌드 스크립트가 꼬여 있으면 시작조차 못 합니다.

이분은 여기서 아주 중요한 원칙을 깨닫습니다.

"문서를 망가뜨리는 건 제품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사용자가 튜토리얼을 끝냈는데 작동하는 결과물을 못 얻는다면?

그건 그 튜토리얼이 실패한 겁니다.

이분은 C++의 오래된 문법(C with Classes)을 싫어했습니다.

대신 모던 C++(C++20, Concepts 등)을 공부하며 문서를 하나씩 고쳐나갔습니다.

QtQuick이나 QML 같은 프레임워크 튜토리얼도 직접 뜯어고쳤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자기가 보고 배우려는데, 설명이 너무 형편없었으니까요.

그렇게 불평만 하는 대신, 직접 고쳐서 커밋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KDE 온보딩 문서의 가장 강력한 기여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술적인 깊이만을 '실력'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정말 필요한 능력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남을 이해시키는 능력'과 '진입 장벽을 낮추는 능력'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MSA 아키처나 화려한 AI 기능을 만들었어도, 동료가 실행조차 못 한다면 소용없습니다.

이분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오픈소스 기여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쓰다가 불편한 라이브러리가 있나요?

공식 문서에 오타가 있거나, 설명이 불친절해서 화가 났던 경험이 있나요?

그 '화나는 지점'이 바로 여러분이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입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고치세요.

나중에 내가 다시 볼 때 편하려고 주석을 달고 문서를 수정하세요.

그 이기적인 행동이 모여서 결국 건강한 생태계를 만듭니다.

저도 오늘 퇴근길엔, 회사 위키에 묵혀뒀던 레거시 문서나 좀 정리해봐야겠습니다.

결국 그 문서를 다시 볼 사람은 미래의 저일 테니까요.

김현수
김현수10년 차 시니어 개발자

SI의 척박한 땅에서 시작해 빅테크의 대규모 트래픽까지 경험한 생존형 개발자입니다. '화려한 기술'보다 '퇴근을 보장하는 안정성'을 신봉하며, 주니어들의 삽질을 방지하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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