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 충격이었습니다. 2010년대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감성' 하나로 버티다 애플워치와 핏빗의 파상공세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페블(Pebble)이, 2026년 1월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실패할 확률이 높았던 폼팩터, 라운드(Round) 형태로 말입니다.
많은 디자이너가 "예쁜 것이 기능이다"라는 착각에 빠져 비즈니스를 망칩니다. 페블의 첫 번째 라운드 모델(PTR)이 그랬습니다. 얇고 예뻤지만, 배터리는 조루였고 베젤은 태평양 같았죠. 사용자는 예쁜 쓰레기를 손목에 차지 않습니다. 이번 Pebble Round 2는 그 처절했던 실패 데이터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생존 가능한 제품'으로 다시 설계되었습니다.
죽었던 제품이 어떻게 시장에 다시 안착할 수 있는지, UX 설계와 비즈니스 관점에서 3단계로 뜯어보겠습니다.
1. 타협했던 '치명적 결함(Pain Point)'을 기술로 덮어버리기
과거의 PTR은 '얇음'을 얻는 대신 '배터리'와 '스크린 비율'을 포기했습니다. 이건 잘못된 트레이드오프(Trade-off)였습니다. 시계는 매일 충전해야 한다면 그 순간부터 애물단지가 됩니다. 리텐션(Retention)이 박살 나는 지점이죠.
rePebble 팀은 이번 Round 2에서 이 문제를 정면 돌파했습니다.
Before vs After
- 베젤: 광활한 베젤 -> 제로 베젤 (1.3인치 디스플레이가 전면을 꽉 채움)
- 배터리: 이틀 버티면 다행 -> 2주 지속 (약 14일)
- 두께: 얇음 -> 여전히 8.1mm 유지
핵심은 8.1mm라는 정체성(Identity)을 유지하면서, 블루투스 칩 기술 발전으로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점입니다. 디자이너가 "기술적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라고 핑계 댈 때, 누군가는 기술로 그 한계를 넘어서 UX를 개선합니다. 베젤을 없애 시각적 몰입도를 높이고, 충전 스트레스를 없애 사용성을 확보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팔리는 디자인'의 기초입니다.
2. 우리가 집중해야 할 '핵심 지표'를 명확히 하기
요즘 스마트워치는 손목 위의 스마트폰을 지향합니다. OLED 화면, 화려한 애니메이션, 수백 개의 알림. 하지만 페블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들이 정의한 핵심 가치는 '방해받지 않는 정보 전달(Passive Information Delivery)'입니다.
- Always-on e-paper: 손목을 들어 올리거나 터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시계처럼 언제나 시간이 보입니다. 빛을 쏘는 게 아니라 반사하기 때문에 눈이 편안합니다.
- 물리 버튼 4개: 터치스크린이 있지만 굳이 쓸 필요가 없습니다. 장갑을 끼거나, 운동 중이거나, 화면을 보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는 햅틱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애플워치가 사용자의 '체류 시간(Duration)'을 늘리려 노력한다면, 페블은 사용자가 시계를 '보지 않는 시간'을 늘려줍니다. 불필요한 인터랙션을 줄이는 것, 그것이 페블이 정의한 UX의 승리 방정식입니다. 피트니스 기능은 걸음 수와 수면 체크 정도로 최소화했습니다. 못하는 것에 집중하느라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고, 잘하는 것(알림, 시인성, 배터리)에 집중한 선택과 집중입니다.
3. '오픈 소스'로 신뢰 자산 구축하기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망하면 제품은 벽돌이 됩니다. 페블 유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입니다. rePebble은 이 불안감을 완전한 오픈 소스(Open Source) 전략으로 해소했습니다.
- PebbleOS & Mobile App: 모든 코드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회사가 망해도 커뮤니티가 유지보수할 수 있습니다.
- 하드웨어 재사용: Pebble Time 2의 전기 설계와 기존 기구 설계를 영리하게 조합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단축했습니다. (DVT 단계 진입)
이는 사용자에게 "우리는 당신을 가두지 않는다(No Lock-in)"는 강력한 메시지를 줍니다. $199라는 가격표가 아깝지 않게 만드는 심리적 안전장치인 셈이죠.

마치며: 디자이너가 배워야 할 '생존의 언어'
Pebble Round 2는 단순한 추억 팔이가 아닙니다.
- 이전 모델의 데이터(이탈 원인)를 분석하고,
- 기술(저전력 칩, 디스플레이)로 약점을 보완했으며,
- 명확한 타겟 페르소나(미니멀리스트, 레트로 테크 애호가)를 겨냥한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디자인은 화면을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숫자로 그 결과를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5월 배송이 시작되면 알게 되겠죠. 이들의 가설이 시장에서 통했는지, 아니면 또다시 틈새시장의 장난감으로 남을지. 하지만 적어도 '베젤'과 '배터리'라는 두 가지 거대한 장벽을 넘었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프로젝트에도 묻고 싶습니다. 지금 그리고 있는 그 UI가, 정말 사용자의 '치명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냥 예쁘게 보이고 싶을 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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