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단위 인터넷 차단, 당신의 서비스는 120시간을 버틸 수 있습니까?

국가 단위 인터넷 차단, 당신의 서비스는 120시간을 버틸 수 있습니까?

James·2026년 1월 18일·2

이란의 120시간 인터넷 차단 사태를 통해 본 기술적 한계와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생존 본능, 그리고 Low-Tech Fallback과 Local First의 중요성을 분석합니다.

1. 배경 (Context): 120시간의 침묵

Hacker News에 이란발 SOS가 올라왔습니다. 인터넷 차단 120시간 경과(5일). 국제 전화 라인은 복구되었으나 데이터 네트워크는 여전히 불통 상태입니다. 작성자는 로컬 ISP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는 P2P 메시징, Mesh 네트워크, 위성 기반 솔루션을 묻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용성(Availability) 99.999%를 외치며 넷플릭스 트래픽을 관리하는 저에게도, 이 상황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시나리오입니다. 클라우드 리전(Region) 하나가 나가는 수준이 아니라, 물리적 연결 계층(Physical Layer)이 국가 단위로 끊어진 상황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TCP/IP 핸드쉐이크가 거부당할 때, 엔지니어링은 어디까지 유효할까요?

2. 현황 분석 (Situation Analysis)

현재 논의되는 기술적 대안들과 그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 Mesh Network (Meshtastic, BitChat, cjdns): 중앙 서버 불필요, 탈중앙화가 장점이나 짧은 도달 거리가 치명적 단점. Bluetooth/LoRa 기반은 홉(Hop) 간 연결이 끊기기 쉽고 대역폭이 극도로 낮음.
  • Satellite (Starlink, BGAN): 지상 인프라 독립적이나 Jamming & Detection에 취약. GPS 재밍 시 사용 불가하며 단말기 소지 자체가 물리적 보안 위협(The Dark Forest 이론).
  • Tunneling (DNS Tunneling): 차단 우회 가능성이 높으나 텍스트 전송조차 버거운 극악의 대역폭과 속도가 문제.
  • Legacy (V.92 Dial-up 56k 모뎀): 전화망만 살아있다면 작동하지만, 2024년에 56k 모뎀을 가진 사용자가 거의 없음.

3. 문제점 (Problem): 기술적 이상과 물리적 현실의 괴리

  • Mesh 네트워크의 환상: 많은 개발자가 위기 상황에서 P2P Mesh가 '마법처럼' 해결해 줄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Meshtastic 같은 툴은 인구 밀도가 높고 노드 간 가시거리(Line of Sight)가 확보된 평지에서나 유효합니다. 도심의 빌딩 숲이나 노드 간 거리가 먼 상황에서는 패킷 손실률(Packet Loss)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 보안과 가용성의 트레이드오프: HAM Radio(아마추어 무선) 제안이 나왔지만, 이는 재난 상황에서 양날의 검입니다. 통신(Availability)을 확보하는 순간 자신의 위치(Privacy)가 노출됩니다. 적대적 환경에서 위치 노출은 곧 물리적 위험을 의미합니다. 엔지니어링에서 보안을 포기한 가용성은 의미가 없습니다.
  • 레거시의 역습: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 것은 구식 Phone Tree(비상 연락망)와 Dial-up 모뎀입니다. 최첨단 분산 시스템 기술보다, 90년대의 구리선 기술이 더 높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인사이트 (Key Takeaways):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생존 본능

우리는 평소 'Happy Path'(모든 조건이 완벽할 때의 시나리오)에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AWS가 영원할 것이라 믿고, 광케이블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 가정합니다.

  • Low-Tech Fallback: 시스템 설계 시 '최악의 상황'을 어디까지 상정하십니까? AWS us-east-1 장애는 애교입니다. 인터넷 백본이 끊겼을 때, 최소한의 데이터(텍스트)만이라도 전달할 수 있는 'Low-Tech' 파이프라인이 있습니까?
  • Cold Storage & Local First: 클라우드 접근이 차단되었을 때, 로컬 기기만으로 기능하는 소프트웨어(Local First Software)의 중요성이 여기서 증명됩니다. 모든 로직을 서버 사이드에 두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요?
  • 물리 계층의 이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도 네트워크의 물리적 특성(RF 주파수, 케이블, 모뎀 핸드쉐이크)을 이해해야 합니다. 코드가 아무리 완벽해도 물리 계층이 무너지면 우리는 무력합니다.

솔직히 말해, 저도 이란의 상황에서 100% 작동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화려한 최신 스택보다 투박하고 오래된 프로토콜이 생존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시스템은 120시간의 단절을 버틸 수 있습니까? 아니, 여러분의 팀은 슬랙(Slack) 없이 업무를 지속할 수 있습니까? 오늘 점심, 동료들과 56k 모뎀 시절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시죠. 그게 미래의 생존 매뉴얼이 될지도 모릅니다.

James
James실리콘밸리 15년차 Staff SRE

연봉 3억과 캘리포니아의 햇살, 그리고 공황장애. 화려한 빅테크 간판 뒤에 가려진 '생존의 청구서'를 정산해드립니다. 기술적 탁월함만큼 중요한 건 엔지니어로서의 지속 가능성임을 병상에서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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