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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뚫고 나오는 패턴, Moiré Explorer가 주는 영감

화면을 뚫고 나오는 패턴, Moiré Explorer가 주는 영감

이루아·2026년 1월 4일·3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루아가 전하는 Moiré Explorer 리뷰. 디지털 시대의 만화경이라 불리는 이 도구가 디자이너에게 주는 시각적 즐거움과 영감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루아입니다.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면 가끔은 '픽셀 퍼펙트'의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정교하게 깎은 버튼, 완벽한 그리드 시스템, 사용자를 유도하는 치밀한 UX 설계...

물론 중요합니다. 그게 우리의 업(業)이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순수한 '시각적 즐거움' 그 자체, 혹은 우연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에 빠져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오늘 소개해드릴 것은 바로 그런 영감을 주는 작은 도구, 'Moiré Explorer'입니다.

처음 이 사이트를 접했을 때, 솔직히 조금 당황했습니다.

세련된 랜딩 페이지도, 친절한 온보딩도 없었거든요.

그저 검은 화면에 알 수 없는 코드들과 투박한 메뉴들이 전부였습니다.

마치 개발자의 터미널 창을 훔쳐보는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 이건 디지털 시대의 만화경이구나."

'무아레(Moiré)' 현상, 다들 아실 겁니다.

규칙적인 패턴이 겹쳐질 때 생기는 독특한 물결무늬 간섭 현상을 말하죠.

보통 인쇄물이나 스크린 디자인에서는 피해야 할 '노이즈'로 취급받곤 합니다.

사진을 찍었는데 모니터 화면에 물결이 생기면 실패한 사진이라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이 'Moiré Explorer'는 그 노이즈를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ASCII 코드, 그러니까 문자와 기호들이 모여서 춤을 춥니다.

이 도구는 ertdfgcvb라는 묘한 이름의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Cmd+Enter를 누르면 코드가 실행되고, Cmd+I로 즉시 모드를 켤 수 있죠.

마치 80년대 해커가 된 것처럼 키보드로 비주얼을 통제하는 경험을 줍니다.

여기에는 수많은 데모가 있습니다.

고전적인 10 PRINT 예제부터, Doom Flame, Plasma, Sina Waves까지.

하지만 제가 가장 주목한 건 역시 타이틀인 Moiré explorer였습니다.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선들이 겹치고, 멀어지고, 회전하며 시시각각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디자이너로서 이 지점에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보통 정지된 화면(Static View)을 그리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프로덕트는 '움직임'과 '상호작용'이 본질입니다.

사용자의 커서 위치, 스크롤 속도, 클릭 타이밍에 따라 화면은 살아서 반응해야 합니다.

이 도구는 아주 단순한 수학적 규칙과 사용자의 인터랙션만으로 얼마나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만들 수 있는지 증명합니다.

무거운 그래픽 리소스 하나 없이, 오직 코드와 문자만으로 말이죠.

특히 '예측 불가능성'이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피그마에서 컴포넌트를 만들 때는 모든 상태(State)를 예측하고 통제하려 합니다.

Hover, Pressed, Disabled...

하지만 무아레 패턴은 우연이 겹쳐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입니다.

우리 서비스의 인터랙션에도 이런 '의도된 우연'이나 '놀라움'을 한 스푼 넣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물론 현업 프로젝트에 당장 이런 사이키델릭한 패턴을 넣자는 건 아닙니다.

(그랬다가는 개발팀과 기획팀에게 쫓겨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본질'을 보자는 겁니다.

화려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가장 기초적인 단위(여기서는 ASCII 문자)와 규칙(코드)만 남았을 때.

그때 비로소 보이는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가끔은 디자인 시스템 가이드라인을 잠시 덮어두고, 이런 날것의 도구를 가지고 놀아보세요.

L.S.DSlime, Sand Game 같은 데모들을 하나씩 실행해 보시길 권합니다.

단순히 "신기하다"에서 그치지 않고,

"이런 반응성을 내 앱의 로딩 인터랙션에 적용해 볼 수 있을까?"

"데이터를 시각화할 때 이런 패턴 방식을 차용하면 어떨까?"

라는 고민으로 이어진다면, 그게 바로 시니어 디자이너의 관점이겠죠.

노이즈라고 생각했던 것이 훌륭한 패턴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디자인의 해답은 때로 가장 의외의 곳, 심지어 우리가 피하려고 했던 곳에 숨어있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스크린에는 어떤 의외의 아름다움이 숨어있나요?

이루아
이루아Senior Product Designer

심미성보다는 논리를, 감보다는 데이터를 신봉합니다. '예쁘게 해주세요'라는 말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며, 디자인이 비즈니스 지표를 어떻게 견인하는지 증명하는 데 집착합니다. 화려한 포트폴리오 뒤에 숨겨진 치열한 커뮤니케이션과 정치의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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