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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개발자 후배들에게 보내는 편지: AI 시대, '복잡함'이 무기가 되는 이유

젊은 개발자 후배들에게 보내는 편지: AI 시대, '복잡함'이 무기가 되는 이유

김현수·2026년 1월 4일·4

AI 시대, 단순 코딩을 넘어 복잡하고 지저분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왜 개발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10년 차 개발자의 시선에서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10년 차 개발자 김현수입니다.

새해가 되면 종종 갓 졸업을 앞둔 대학생 후배들이나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주니어 분들에게서 이런 연락을 받곤 해요. "선배, 요새 AI가 코드도 다 짜준다는데 제가 지금 배우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앞으로 무슨 기술을 파야 살아남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무섭습니다. (웃음) 10년 전 제가 밤새워가며 디버깅하던 코드를 요즘 나온 Cursor나 Claude 같은 친구들은 단 몇 초 만에 떡하니 내놓으니까요. 제가 3일에 걸쳐 짰던 로직을 AI가 3초 만에 리팩토링까지 해서 보여줄 때면, 솔직히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도 하고 '내 밥그릇은 안녕한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읽은 루이스 가리카노(Luis Garicano) 교수의 칼럼을 보고, 막연했던 불안감이 조금은 선명한 확신으로 바뀌는 걸 느꼈어요. 오늘은 커피 한 잔 마시며 그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깔끔한 일' vs '지저분한 일'

우리가 개발을 처음 배울 때를 떠올려 볼까요? 교수님이나 사수에게 명세서(Spec)를 받습니다. 입력값은 뭐고, 출력값은 뭐여야 한다는 규칙이 명확하죠. 우리는 그 규칙에 맞춰 함수 하나를 기가 막히게 짜내면 칭찬을 받았습니다. 이걸 가리카노 교수는 '단일 과제(Single-task)'라고 부르더군요. 명확하고, 깔끔하고, 정답이 있는 일이죠.

그런데 AI가 가장 잘하는 게 바로 이 '깔끔한 일'입니다.

단순히 코딩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세금 신고서를 작성하거나, 계약서 초안을 쓰거나, 고객 문의에 매뉴얼대로 답변하는 일. 이렇게 규칙이 명확한 일들은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거의 공짜에 가까운 비용으로 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업무가 "명세서대로 코드 한 줄 짜기"에만 머물러 있다면, 냉정하게 말해 위험 신호가 켜진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로 '복잡하고 지저분한 일(Messy job)'입니다.

코드는 짤 수 있어도, '협상'은 못 한다

제가 예전에 맡았던 프로젝트 중에 레거시 결제 시스템을 MSA(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로 전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코드를 분리하고 API를 새로 파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AI한테 시키면 금방 구조를 잡아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코드가 아니었습니다. "기존 DB를 쪼개면 정산팀 데이터는 어떻게 맞춰요?"라며 화내는 운영팀을 달래야 했고, "배포 일정 밀리면 마케팅 캠페인 다 망가진다"는 기획팀과 싸우며 일정을 조율해야 했죠. 심지어 개발팀 내부에서도 "이참에 언어를 바꾸자"는 파와 "안정을 위해 유지하자"는 파가 갈려 중재하느라 진을 뺐습니다.

이게 바로 '복잡한 일(Messy job)'입니다. 단순히 코드를 짜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고, 돌발 상황(갑자기 서버가 터진다거나, 외부 API가 먹통이 된다거나)을 해결하며, 한정된 리소스를 어디에 투입할지 결정하는 일이죠. 이건 교과서나 스택오버플로우에 정답이 없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영역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공장 바닥을 걸어 다니며 노동자의 불만을 듣고 생산 라인을 수정하거나, 클라이언트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읽고 프로젝트의 방향을 트는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실행(Execution)'의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거죠.

AI는 도구일 뿐, 대체자가 아닙니다

얼마 전 유명한 AI 연구자가 "이제 영상의학과 의사 공부는 그만둬라, AI가 다 할 거다"라고 했다죠? 하지만 실제로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하루 업무 시간의 3분의 1 정도만 판독에 쓴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환자와 상담하고, 다른 의사들과 소통하며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쓰죠. 판독 실력은 AI가 뛰어날지 몰라도, '치료'라는 복잡한 프로세스 전체를 조율하는 건 여전히 의사입니다.

개발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자바 문법을 얼마나 잘 아느냐', '알고리즘 문제를 얼마나 빨리 푸느냐'는 이제 덜 중요해질 겁니다. 대신 이런 능력이 훨씬 중요해지겠죠.

  1. 문제 정의 능력: 무엇을 개발해야 할지, 그게 진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지 판단하는 능력.
  2. 커뮤니케이션: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사이에서 기술적 제약과 가능성을 통역해 주는 능력.
  3. 통합 능력(Integration): AI가 짜준 코드 조각들을 우리 시스템에 맞게 꿰매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버그와 사이드 이펙트를 책임지는 능력.

'지저분한' 현장으로 뛰어드세요

그래서 후배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너무 깔끔하고 잘 정리된 튜토리얼의 세계에만 머물지 마세요.

오히려 문제가 터지고, 요구사항이 수시로 바뀌고, 사람과 부대껴야 하는 '지저분한' 프로젝트에 자원해 보세요. 단순히 코딩만 하는 게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해 보는 경험을 쌓으세요. AI가 코드를 짜주는 동안, 여러분은 그 코드가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어떻게 굴러갈지를 고민하는 아키텍트이자 매니저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AI가 내 일을 뺏어갈까 봐 두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AI는 우리를 단순 반복 노동에서 해방시켜 더 '인간적이고 복잡한' 가치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게 해주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요즘은 단순한 함수 작성은 Copilot에게 맡기고, 팀원들과 아키텍처 회의를 하거나 주니어 멘토링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거든요.

변화는 두렵지만, 그 속에 기회가 있다는 뻔한 말을 다시 한번 믿어봅시다. 결국 기술은 도구이고, 그 도구를 쥐고 세상을 바꾸는 건 여전히 우리들의 몫이니까요.

오늘도 묵묵히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계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커피 한 잔 더 하러 가시죠!

김현수
김현수10년 차 시니어 개발자

SI의 척박한 땅에서 시작해 빅테크의 대규모 트래픽까지 경험한 생존형 개발자입니다. '화려한 기술'보다 '퇴근을 보장하는 안정성'을 신봉하며, 주니어들의 삽질을 방지하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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