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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사라진 전설의 코드가 eBay에서 부활한 사연

45년 전 사라진 전설의 코드가 eBay에서 부활한 사연

김현수·2026년 1월 3일·6

45년 전 사라졌던 전설적인 게임 'Adventure 751'의 소스 코드가 eBay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되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조상 격인 컴퓨서브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나보세요.

여러분, 혹시 디지털 고고학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어제 짠 코드도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죠.

그런데 무려 45년 전에 사라졌던 전설적인 게임의 소스 코드가 기적적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Adventure 751입니다.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의 시초격인 'Colossal Cave Adventure'의 가장 인기 있던 변형 버전이죠.

이 게임은 1980년대 초반, 전설적인 온라인 서비스 CompuServe(컴퓨서브)에서 서비스되다가 90년대에 홀연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수많은 덕후들이 이 코드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었죠.

그런데 2025년, 아주 뜬금없는 곳에서 이 게임이 튀어나왔습니다.

바로 eBay에서요.

누군가 컴퓨서브 시절의 저장 매체를 경매에 올렸고, 그걸 복원해보니 전설의 코드가 들어있었던 겁니다.

오늘은 이 게임 뒤에 숨겨진, 그리고 지금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있게 한 흥미진진한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좀 풀어볼까 합니다.

이야기는 1950년대 후반, 애리조나 대학교의 한 연구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 컴퓨터가 대세였어요.

0과 1이 아니라, 전압의 변화 그 자체로 미분방정식을 푸는 기계들이었죠.

마치 LP판과 MP3의 차이랄까요?

이 연구실 출신의 학생 3인방(Trevor, Goltz, Wilkins)은 졸업 후 창업을 꿈꿉니다.

그들의 아이템은 바로 타임셰어링(Time-sharing) 시스템이었습니다.

지금의 AWS나 Azure 같은 클라우드 개념의 조상님이죠.

비싼 메인프레임 컴퓨터 한 대를 여러 사람이 시간을 쪼개서 쓰는 겁니다.

재미있는 건 이들이 처음에 PDP-15라는 미니컴퓨터를 사려고 했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엔지니어였던 John Goltz가 기가 막힌 제안을 받습니다.

"돈 조금만 더 보태면 KA-10(PDP-10 계열) 메인프레임을 살 수 있는데?"

이건 마치 스타트업이 맥미니 사려다가 갑자기 랙 서버를 들여놓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Goltz는 경영진을 설득해냅니다.

"이게 있어야 진짜 멀티 유저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바로 CompuServe입니다.

초창기 컴퓨서브는 보험회사의 데이터를 처리해주는 B2B 기업이었습니다.

낮에는 보험 설계사들이 데이터를 입력하느라 서버가 쉴 틈이 없었죠.

그런데 심각한 리소스 낭비가 발생합니다.

퇴근 시간 이후인 에는 그 비싼 메인프레임들이 펑펑 놀고 있었던 겁니다.

여기서 천재적인 발상의 전환이 일어납니다.

"이 남는 야간 서버 자원을 일반인들에게 빌려주면 어떨까?"

이게 바로 1978년에 시작된 MicroNET 서비스의 시초입니다.

낮에는 기업용 서버, 밤에는 개인용 놀이터가 되는 셈이죠.

마침 당시는 TRS-80이나 Apple II 같은 개인용 PC가 막 보급되던 시기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뎀을 통해 컴퓨서브에 접속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폭발적인 화학 반응이 일어납니다.

단순히 계산만 하던 게 아니라, 채팅(SEND 프로그램)을 하고 게임을 하기 시작한 거죠.

오늘 우리가 이야기한 Adventure 751도 바로 이 시기에 컴퓨서브 유저들을 열광하게 했던 킬러 콘텐츠였습니다.

당시 개발자들은 리소스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밤낮의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설계를 했습니다.

이게 바로 현대적인 오토 스케일링이나 스팟 인스턴스의 원시적인 형태가 아닐까요?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쓰는 클라우드 기술도, 사실은 "남는 컴퓨팅 파워를 어떻게 팔아먹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겁니다.

eBay에서 발견된 낡은 게임 하나가 우리에게 꽤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기술은 돌고 돕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작성하는 이 코드들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2020년대 개발자들은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구나"라는 증거가 되겠죠.

오늘 밤 배포하시는 분들, 혹은 레거시 코드와 씨름하시는 분들.

여러분의 코드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훗날 발견될 디지털 유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주석 한 줄이라도 더 친절하게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커피 한 잔 하면서, 잠시 옛날 개발자들의 대담한 도전을 곱씹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현수
김현수10년 차 시니어 개발자

SI의 척박한 땅에서 시작해 빅테크의 대규모 트래픽까지 경험한 생존형 개발자입니다. '화려한 기술'보다 '퇴근을 보장하는 안정성'을 신봉하며, 주니어들의 삽질을 방지하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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