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만든 Atlas를 보며, 코딩하는 기계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밤

현대가 만든 Atlas를 보며, 코딩하는 기계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밤

Poooling·2026년 1월 7일·3

현대의 아틀라스 로봇을 보며 느낀 개발자의 위기감과, 코딩 기계가 아닌 비즈니스 가치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로 성장해야 한다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CES 2026에서 현대가 공개한 차세대 아틀라스(Atlas) 로봇 영상을 보셨나요? 솔직히 말해, 저는 그 영상을 보면서 감탄보다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로봇이 춤을 잘 추거나 백덤블링을 해서가 아닙니다. 그 로봇이 보여주는 움직임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제가 지난 8년 동안 개발자로서 갈고닦으려 했던 미덕들을 비웃는 것 같었거든요.

저는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소위 '야생마'처럼 굴렀던 개발자입니다. 기획서도 없이 "이거 내일까지 돼요?" 하면 "되게 해야죠"라며 밤새워 스파게티 코드를 짜내던 시절이었죠. 그때 저에게 중요한 건 '동작하는 결과물'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규모 있는 기업으로 이직하고,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일하며 깨달은 건 전혀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아틀라스 영상을 보며 그 깨달음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 이직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트래픽이 몰리는 대규모 이벤트 페이지 배포를 앞두고 있었죠. 스타트업 시절처럼 제 로컬에서 빌드하고 운영 서버에 scp로 파일을 덮어쓰려다가, 시니어 분께 호되게 코드 리뷰를 당했습니다. "이봐요, 지금 리스크 관리는 전혀 안 되어 있고, 롤백 시나리오도 없잖아요. 그냥 기능만 짠다고 개발이 아닙니다."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기능 구현은 완벽했지만, 저는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이나 운영팀이 겪을 고통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저 주어진 스펙대로 코드를 찍어내는 '코딩 기계'였던 거죠. 아틀라스 로봇이 아무리 뛰어난 하드웨어를 가졌어도, 잘못된 명령을 수행하면 그저 비싼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듯, 저 역시 비즈니스의 맥락을 놓친 채 기술적 구현에만 매몰되어 있었습니다.

현대의 아틀라스는 이제 단순한 동작 반복을 넘어, 환경을 인지하고 예측해서 움직인다고 합니다. 우리 개발자의 업무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최근 저는 Cursor나 Gemini 같은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3시간 걸려 짰을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를 이제는 프롬프트 몇 줄로 10분 만에 끝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AI가 코드를 더 잘 짜고, 로봇이 물리적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8년 차 개발자인 제가 설 자리는 어디일까요?

얼마 전, 레거시 시스템을 MSA로 전환하는 프로젝트 회의가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Spring Boot 버전을 올리고 Kafka를 도입하는 것이 정답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술 논의를 잠시 멈추고 비즈니스 팀에게 물었습니다. "이 전환을 통해 우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뭐죠? 단순히 서버 비용을 줄이는 건가요, 아니면 배포 속도를 높여 신기능을 빨리 내놓기 위함인가요?"

그 질문 하나로 회의의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기술적 난이도에 집중하던 논의가 '비즈니스 임팩트'로 옮겨갔죠. 결국 우리는 무리한 전면 개편 대신, 트래픽이 가장 많은 결제 모듈만 먼저 분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덕분에 리소스 낭비를 막고, 장애 발생 시의 리스크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느낀 건 이겁니다. 코드를 짜는 행위 자체는 점점 AI나 자동화 도구에 위임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를 정의하고, 팀원들과 소통하며 방향을 잡는 일은 여전히 인간, 즉 '생각하는 개발자'의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아틀라스 영상을 보며 느꼈던 두려움은 이제 다른 형태의 다짐으로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기계처럼 코드를 찍어내는 개발자가 되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비즈니스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설계자'이자,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지휘하는 '지휘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개발자 여러분, 혹시 오늘도 닫히지 않는 PR(Pull Request) 목록과 씨름하며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자책하고 계신가요? 기술적 부채에 허덕이며 신기술을 못 따라간다는 불안감에 떨고 계신가요?

괜찮습니다. 저도 매일 아침 터미널 앞에서 작아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하지만 기술은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쥐고 있는 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로봇처럼 완벽하게 동작하려 애쓰기보다, 사람 냄새 나는 커뮤니케이션과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무기로 삼으세요. 그것이 AI 시대, 그리고 아틀라스 같은 로봇이 활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대체되지 않는 유일한 길일 테니까요.

오늘도 삽질하며 성장하는 모든 개발자분들을 응원합니다. 우리, 기계가 되지 말고 진짜 엔지니어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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