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 오늘 아침 뉴스레터를 열어보고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잖아요.
실리콘밸리행 비행기 티켓.
저도 스타트업에서 '야생형 개발자'로 구르던 시절, 퇴근 후 졸린 눈을 비비며 LeetCode를 풀었습니다.
언젠가 내 코드가 글로벌 서비스에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면서요.
그런데 그 문이 아예 닫힐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단순한 카더라가 아닙니다.
2026년 1월, 미 의회에 H-1B 비자 프로그램을 '완전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법안을 발의한 건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의원입니다.
핵심은 간단하고 충격적입니다.
"미국 노동자의 대량 교체를 막기 위해 H-1B를 없애겠다."
이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신청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로 올린다는 이야기만 해도 개발자 커뮤니티인 Blind가 뒤집어졌었죠.
그런데 이번엔 수수료 인상이 아니라 '프로그램 삭제(Eliminate)'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될까요?
빅테크 기업들이 그동안 인도나 아시아의 고숙련 엔지니어를 데려오던 파이프라인이 끊깁니다.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 같나요?
8년 차가 되어 대기업에 와보니 보이는 게 있습니다. 우리 팀 옆자리, 혹은 윗선 리더급으로 '미국에서 돌아온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H-1B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면서, 이미 '리턴(Return)' 현상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내 엔지니어링 리소스가 부족해지면, 기업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합니다.
첫째, AI Agent나 Cursor, Devin 같은 자동화 도구로 주니어 레벨의 업무를 대체한다.
둘째, 해외 지사(Off-shoring)를 늘리거나, 아예 검증된 시니어만 초고액 연봉으로 남긴다.
결국 미국으로 가는 문턱은 '에베레스트'가 되고, 한국 내 채용 시장은 유턴한 고스펙 개발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레드 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스타트업 시절 뼈저리게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환경 탓을 하기엔, 기술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배포 스크립트 하나 잘못 짜서 프로덕션 DB 날려먹고 식은땀 흘리던 날, 사수 형이 해준 말이 기억납니다.
"야, 툴이 아무리 좋아져도, 결국 책임지는 건 사람이야. 네가 대체 불가능해져야지."
지금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미국 비자 정책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코드'를 짜는 능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API 하나 더 만들고, Ticket 하나 더 처리하는 개발자는 위태롭습니다.
이제는 Claude나 Gemini CL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남는 시간에 아키텍처와 비즈니스 로직을 고민해야 합니다.
미국이 문을 닫는다면, 역설적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진짜 실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저도 오늘 저녁엔 영어 회화 대신, 미뤄뒀던 MSA 트랜잭션 처리 관련 기술 부채를 해결하러 가야겠습니다.
불안해할 시간에, Commit 하나 더 남기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법이니까요.
모든 8년 차, 그리고 성장통을 겪는 주니어 여러분.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말고, 단단해집시다.
우리의 코드는 국경보다 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