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종종 "이 코드는 좀 찜찜한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당장 에러를 뱉지는 않지만, 어딘가 논리적으로 매끄럽지 않거나 억지로 끼워 맞춘듯한 느낌이 들 때죠. 오늘은 바로 그런 '사소한 위화감'들이 모여 어떻게 거대한 보안 사고로 이어지는지,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최근 보안 연구가 메흐멧 인제(Mehmet Ince)가 공개한 LogPoint SIEM/SOAR 플랫폼의 취약점 분석 보고서를 보며 무릎을 탁 쳤던 부분이 있어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단 하나의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라, 겉보기엔 무해해 보이는 여섯 개의 작은 버그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시스템 전체를 장악하는 RCE(원격 코드 실행)로 발전했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보통 우리는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할 때 보안성 검토를 진행합니다. 연구가는 LogPoint 플랫폼을 검토하면서 자신에게 딱 24시간을 주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그 짧은 시간 안에 심각한 취약점 세 가지가 발견되었죠.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 이후에 시작됩니다. 급한 불을 끄고 난 뒤, 시스템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을 때 그는 훨씬 더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개발자들이 흔히 겪는 '레거시(Legacy)와 모던(Modern) 기술의 충돌' 지점이었습니다.
분석의 첫 단계는 언제나 그렇듯 소스 코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해당 제품은 우분투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핵심 로직인 파이썬 파일들은 사람이 읽을 수 없는 `.pyc`(컴파일된 바이트코드) 형태로 되어 있었습니다. 개발자라면 이 상황이 얼마나 답답할지 아실 겁니다. 마치 지도 없이 미로를 걷는 기분이죠. 연구가는 `uncompyle6` 같은 도구를 이용해 이 파일들을 다시 소스 코드로 복원했습니다. 귀찮고 지루한 과정이지만, 이 '정적 분석'을 위한 환경 세팅이 선행되지 않으면 시스템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코드를 복원하고 난 뒤 드러난 시스템의 아키텍처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 제품은 원래 SIEM(보안 정보 및 이벤트 관리) 솔루션으로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해 CCTV처럼 시스템의 모든 로그를 지켜보고 기록하는 역할이었죠. 이 시절의 아키텍처는 호스트 OS 위에서 파이썬 서비스들이 직접 돌아가는 전통적인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지켜보는 것을 넘어, 위협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대응하는 SOAR(보안 오케스트레이션 및 자동화) 기능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여기서 개발팀의 고민이 보입니다. 기존에 잘 돌아가던 거대한 파이썬 기반의 SIEM을 다 뜯어고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도커(Docker)를 이용해 새로운 기능인 SOAR를 '덧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SOAR 컴포넌트들은 자바(Java)로 작성되었고 컨테이너 환경에서 돌아가게 만들었죠. 결과적으로 호스트 레벨에서 돌아가는 구형 파이썬 서비스들과, 도커 네트워크 안에서 돌아가는 신형 자바 마이크로서비스들이 공존하는 기묘한 형태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두 세계가 소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호스트의 '과거'와 컨테이너의 '미래'가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니, 필연적으로 보안의 벽을 낮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기존 시스템을 마이그레이션 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도커 네트워크의 보안 정책(Hardening)을 완화하고 모든 프로세스가 서로 통신할 수 있게 열어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해커가 파고들 수 있는 '틈새'가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실행 환경,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느슨한 신뢰 관계가 사소한 버그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준 셈입니다.
우리는 흔히 보안 취약점이라고 하면 SQL 인젝션처럼 코드 한 줄의 실수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시니어 레벨로 갈수록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이처럼 '아키텍처의 설계 결함'입니다. 각각의 컴포넌트는 완벽하게 동작할지 몰라도, 그것들이 연결되는 접합부에서 예상치 못한 논리적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레거시 시스템 위에 새로운 기술 스택을 얹을 때는 이 접합부를 더욱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어차피 내부 통신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그 작은 가정이, 누군가에게는 시스템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