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난달 저는 제가 만든 코드 앞에서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대규모 트래픽을 처리하는 네임드 기업으로 이직한 후, 저는 늘 효율과 수치에 목을 매왔습니다. 팀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사용자 체류 시간(Time on Site) 증대'. 저는 무한 스크롤(Infinite Scroll) 기능을 고도화했고, 추천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다듬어 사용자가 앱을 종료하지 못하도록 막는 로직을 짰습니다. 트래픽 그래프는 우상향했고, 슬랙 채널에는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퇴근길 지하철에서, 멍한 눈으로 제가 만든 앱의 피드를 끝없이 내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우리는 서비스를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빠져나올 수 없는 '디지털 감옥'을 짓고 있는 걸까요?
스타트업 시절, 저는 소위 '야생'에서 구르며 생존을 위해 개발했습니다. 당시엔 기능 하나가 사용자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거대해지고 분업화되면서, 어느새 저는 사용자를 '사람'이 아닌 '트래픽'으로 치환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읽은 한 기묘한 웹사이트(Strange.website)의 글귀가 뼈를 때리더군요. "현대적인 웹사이트에서 푸터(Footer)를 찾으려다니 어리석다... 그것은 함정문이 달린 구멍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것이다." 제가 구현한 그 매끄러운 IntersectionObserver 기반의 무한 스크롤이, 사실은 사용자의 주의력을 착취하고 정보를 은폐하는 'Dark UX'의 정점이 아니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한 리액트(React) 컴포넌트였지만, 윤리적으로는 실패작이었습니다.
개발자로서 우리가 겪는 또 다른 비극은 '도구의 늪'에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8년 전, 저는 index.html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웹사이트 하나를 띄우기 위해 준비해야 할 목록을 떠올려 보십시오. Docker, Kubernetes, CI/CD 파이프라인, Webpack 설정, ESLint, Prettier, 수많은 테스팅 프레임워크들... 기사 속 표현처럼 우리는 "어떤 공포가 기다리는지 모른 채" 무기만 잔뜩 챙기는 꼴입니다. 최근 사내 프로젝트에서 배포 파이프라인 최적화에만 2주를 쏟아부은 적이 있습니다. 정작 그 서비스가 전달해야 할 핵심 가치는 뒷전이었죠. 도구는 화려해졌지만, 정작 우리가 만드는 웹 공간은 점점 더 획일화되고, 사용자의 온기가 느껴지는 '손때 묻은' 공간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AI 시대가 도래하며 가속화된 '콘텐츠의 오염'입니다. "우리는 기계에게 말을 주었고, 그들은 그것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문장은 단순히 시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최근 저는 LLM(거대 언어 모델)을 연동하여 자동 댓글 기능을 구현하는 PoC(개념 증명)를 진행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공허했습니다. 인터넷은 이미 '죽은 인터넷 이론(Dead Internet Theory)'이 현실화된 것처럼, 진짜 사람의 목소리보다 AI가 생성한 그럴싸한 텍스트로 뒤덮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술력을 동원해 만든 것이 고작 사용자를 기만하고, 그들의 데이터를 대가로 '무료 PDF' 따위를 던져주는 사기성 짙은 웹사이트라면, 훗날 우리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디지털 공해를 유발한 주범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기로 했습니다. 최근 팀 회의에서 저는 "체류 시간을 늘리자"는 KPI 대신 "사용자가 목적을 달성하고 기분 좋게 앱을 종료하는 시간"을 측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무모한 제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맹목적인 트래픽 추종은 결국 사용자를 지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의 이탈로 이어질 것임을 설득했습니다. 또한, 복잡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를 맹신하기보다, 때로는 투박하더라도 진정성 있는 기능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모놀리식한 접근도 다시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니어 개발자 여러분, 화려한 최신 기술 스택과 복잡한 아키텍처 다이어그램에 압도되지 마십시오. Cursor나 Copilot 같은 AI 도구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철학이 빈약하면 우리는 그저 쓰레기를 더 빨리 양산하는 기계가 될 뿐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코드가 사용자의 시간을 훔치는 덫이 아니라, 그들이 잠시 머물며 위로받거나 유용한 정보를 얻고 갈 수 있는 '따뜻한 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술은 차가울지라도, 그것을 다루는 우리의 시선은 사람을 향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야만의 시대에 우리가 개발자로서 존엄을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