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 잘못했다가 선배들에게 조리돌림 당하고, 결국 AI에게 위로받은 10년의 기록

질문 하나 잘못했다가 선배들에게 조리돌림 당하고, 결국 AI에게 위로받은 10년의 기록

김현수·2026년 1월 7일·3

스택오버플로우의 몰락과 AI의 등장을 통해 본 개발자 커뮤니티의 독성 문화와 시니어 개발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고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후배가 멍청한 질문을 가져오면 표정 관리가 잘 안 되는 편입니다. "로그는 봤냐", "공식 문서는 읽어봤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죠. 코드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라고 믿는 저에게, 검증되지 않은 코드를 복사해서 붙여넣는 행위는 시스템에 빚을 지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저조차도, 2024년 이전의 그곳은 끔찍했습니다. 바로 스택오버플로우(Stack Overflow) 이야기입니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겁니다. 컴파일 에러가 나고, 구글링을 하고, 결국 도달하는 곳이 그 초록색 체크 표시가 달린 답변들이었죠. 저 또한 주니어 시절, LG CNS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밤새워 해결되지 않는 쿼리 문제 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질문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친절한 답변 대신 돌아온 것은 "질문이 중복이다(Duplicate)", "기본적인 개념도 모르면서 코딩하냐", "왜 이따위 레거시 방식을 쓰냐"는 날 선 비난들이었습니다. 마치 코드 리뷰 시간에 깐깐한 시니어 개발자 수십 명에게 둘러싸여 조리돌림 당하는 기분이었죠. 영어 실력이 부족해 번역기를 돌려가며 더듬더듬 작성한 질문은 그들의 좋은 먹잇감이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이곳은 지식의 성전이 아니라, 뉴비들을 짓밟으며 우월감을 느끼는 그들만의 콜로세움이라는 것을요.

최근 레딧(Reddit)과 각종 테크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그래프 하나가 돌고 있습니다. 스택오버플로우의 트래픽이 2022년 이후 절벽처럼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원인은 명확합니다. 생성형 AI, 즉 LLM의 등장입니다.

누군가는 "AI가 정확하지 않아서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챗GPT나 클로드(Claude)가 뱉어내는 코드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합니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여전히 치명적인 리스크니까요. 하지만 왜 수많은 개발자가 정확성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스택오버플로우를 떠나 AI로 갈아탔을까요?

답은 '속도'가 아닙니다. '태도' 때문입니다.

스택오버플로우에 질문을 올리고, 내 영어가 문법에 맞는지 검토하고, 혹시 중복된 질문은 아닌지 검색하고, 답변이 달릴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리며 비난받을 각오를 하는 과정. 이 모든 것이 엄청난 감정노동이었습니다.

반면 AI는 다릅니다. 제가 아무리 바보 같은 질문을 해도, `NullPointerException`의 원인을 다섯 번 연속 물어봐도 화내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이해했군요. 다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비록 그 답변이 틀렸을지언정, 적어도 사람을 모멸감에 빠뜨리지는 않습니다.

"AI에게 답을 얻는 건 1분이면 되지만, 스택오버플로우에서는 독성 섞인 답변을 얻기 위해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 그 회사는 이제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

뼈 아픈 지적입니다. 기술적인 우위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문화가 플랫폼의 몰락을 가속화한 셈입니다. 만약 스택오버플로우가 조금만 더 따뜻한 곳이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빨리 그들을 손절했을까요? 아마 생성형 AI를 보조 도구로 쓰면서도, 깊이 있는 토론을 위해 그곳에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필요악'이었을 뿐, '동반자'는 아니었습니다. 대안이 생기자마자 미련 없이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죠.

저는 이 현상을 보며 섬뜩함을 느낍니다.

이것은 비단 스택오버플로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 내의 시니어 개발자들, 그리고 저 자신에게 던지는 경고장 같기도 합니다. 후배들이 저에게 질문하러 오기를 꺼리고, 대신 `Cursor`나 `Gemini`와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건 단순히 AI가 편해서일까요? 아니면 제가 그들에게 '스택오버플로우' 같은 존재였기 때문일까요?

"나 때는 말이야, 선배한테 욕먹어가며 배웠어"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기술적 정확성만으로는 존경받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우리가 제공해야 할 것은 AI가 줄 수 없는 것, 즉 '맥락에 대한 이해'와 '실패에 대한 공감'이어야 합니다.

오늘도 모니터 구석에서 조용히 코딩하고 있는 후배의 등을 보며 생각합니다. 그가 막히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차가운 검색창이나 AI 챗봇이 아니라 저를 먼저 떠올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말입니다.

기술은 대체될 수 있지만, 태도는 대체될 수 없습니다. 스택오버플로우의 몰락이 남긴 가장 큰 기술 부채는 코드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김현수
김현수10년 차 시니어 개발자

SI의 척박한 땅에서 시작해 빅테크의 대규모 트래픽까지 경험한 생존형 개발자입니다. '화려한 기술'보다 '퇴근을 보장하는 안정성'을 신봉하며, 주니어들의 삽질을 방지하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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