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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디자인이 사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화려한 디자인이 사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이루아·2026년 1월 4일·3

12년 차 디자이너의 고백. 화려한 디자인이 어떻게 논리적 결함을 숨기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우아함'이라는 기만을 경계해야 하는지 고찰합니다.

12년 차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뼈아픈 고백을 하나 할까 합니다.

우리는 가끔 '사기'를 칩니다.

물론 법적인 범죄를 저지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본질적인 결함을 덮어버리는 행위.

그것은 명백한 기만입니다.

최근 댄(Dan)이라는 작가가 쓴 칼럼을 읽다가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아주 원색적으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아함은 개소리(Bullshit)다."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한 부분에서 저는 잠시 스크롤을 멈췄습니다.

"명료한 산문은—심지어 약한 아이디어에도—권위를 부여한다."

이 문장을 디자인 업계로 가져오면 어떨까요?

"세련된 UI는—심지어 엉망인 기획에도—권위를 부여한다."

너무나 공감되어 소름이 돋았습니다.

주니어 시절, 저는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데 목숨을 걸었습니다.

화려한 인터랙션, 완벽한 간격, 트렌디한 컬러 팔레트.

피그마(Figma) 파일이 정돈되어 있을수록 제 디자인이 논리적이라고 착각했죠.

경영진 보고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복잡하고 구멍 난 사용자 경험(UX) 로직을 숨기기 위해, 더 멋진 목업 이미지를 준비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화면이 예쁘니까, 그 뒤에 있는 논리도 탄탄할 것이라고 무의식중에 믿어버린 겁니다.

이것이 바로 '우아함'이 가진 위험성입니다.

텍스트가 정돈되어 있으면 우리는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기 쉽습니다.

디자인이 세련되면 우리는 그 제품이 유용하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칼럼의 저자는 묻습니다.

기후 변화처럼 심각한 주제를 이야기할 때, 굳이 문장이 아름다워야 하느냐고 말이죠.

메시지가 중요하다면, 그 자체로 힘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본질보다 포장지에 집착합니다.

이메일을 보낼 때조차 격식이라는 '우아함'을 차리느라 에너지를 쏟습니다.

디자인 리뷰 시간도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이 버튼의 라운드 값이 적절한가?"를 논의하느라, "이 버튼이 지금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놓칩니다.

우아함은 전투의 상처를 가리는 메이크업과 같습니다.

때로는 전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숨겨버리죠.

제품을 만드는 우리는 이 유혹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화려한 비주얼이 생각의 빈곤함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가끔 엉성한 '와이어프레임' 상태로 리뷰를 요청합니다.

색도 없고, 폰트도 기본이고, 간격도 삐뚤빼뚤합니다.

오로지 '논리'와 '데이터'만 남겨두는 겁니다.

그제야 비로소 진짜 문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 여기서 사용자가 왜 결제를 해야 하죠?"

"이 흐름은 비즈니스 목표랑 안 맞지 않나요?"

화려한 메이크업을 지우니, 앙상한 뼈대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저자는 티셔츠를 입고 면접장에 나타나 리만 가설을 설명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고 합니다.

겉모습이 아닌, 당신의 뇌와 사고력 그 자체를 신뢰하라는 뜻이겠죠.

디자이너인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의 무기는 픽셀 퍼펙트가 아닙니다.

우리의 무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집요한 '사고 과정' 그 자체여야 합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화면이 너무 예뻐서 불안하지 않으신가요?

그 아름다움이 혹시 논리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시멘트는 아닌지 점검해 보세요.

언어의 미학에 속지 마세요.

디자인의 우아함에 속지 마세요.

진실은 언제나 투박하고, 거칠고, 때로는 못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투박한 진실만이 결국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오늘 하루는 피그마의 화려한 플러그인을 끄고, 노트에 펜으로 투박하게 생각을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밋밋한 문장들 속에 진짜 혁신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루아
이루아Senior Product Designer

심미성보다는 논리를, 감보다는 데이터를 신봉합니다. '예쁘게 해주세요'라는 말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며, 디자인이 비즈니스 지표를 어떻게 견인하는지 증명하는 데 집착합니다. 화려한 포트폴리오 뒤에 숨겨진 치열한 커뮤니케이션과 정치의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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