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10년 차 개발자 김현수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혹시 최근에 '내 기술이 더 이상 쓸모없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을 느끼신 적 있나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어제 해커뉴스(Hacker News)에서 정말 충격적인 게시글 하나를 봤거든요.
글쓴이는 25년 경력의 베테랑 웹 개발자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들고 온 결과물은 웹사이트가 아니었습니다.
무려 $4,000(약 500만 원)짜리 고가 오디오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으로 재현한 것이었죠.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이 분은 DSP(디지털 신호 처리) 경험이 전무했습니다.
DSP,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진입 장벽이 정말 높습니다.
복잡한 수학 공식을 코드로 옮겨야 하고, 파형을 다루는 아주 예민한 분야거든요.
웹 프론트엔드나 백엔드 개발과는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보통은 몇 년을 공부해야 겨우 흉내라도 낼 수 있는 영역이죠.
그런데 이분은 어떻게 해냈을까요?
바로 AI와 회로도(Schematics)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오래된 하드웨어의 회로도, 특허 문서, ROM 데이터를 긁어모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Claude에게 던져주었죠.
단순히 "코드 짜줘"라고 한 게 아닙니다.
마치 개인 과외 선생님을 둔 것처럼 접근했습니다.
"이 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 줘."
"이 부분을 코드로 구현하려면 어떤 수학적 모델이 필요해?"
그는 Claude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자신이 모르는 분야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구현해 나갔습니다.
사용 언어는 CMajor라는 오디오 전용 언어였습니다. 이것도 처음 써보는 언어였겠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커뮤니티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물론 "DSP를 모르면 그게 진짜 원본이랑 똑같은지 어떻게 아냐?"라는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리가 나고, 작동합니다. 저는 지금도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이 프로젝트를 마친 글쓴이의 회고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AI가 정말 무섭습니다. 저는 더 이상 프로그래머가 아닙니다."
"저는 이제 뭔가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코드를 한 줄 한 줄 작성하는 일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문장을 읽는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더군요.
우리는 그동안 '코드 작성 능력'을 우리의 정체성으로 삼아왔습니다.
변수명을 고민하고, 메모리 구조를 최적화하고, 알고리즘을 짜는 것 말이죠.
하지만 이제 그 정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자신을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인 무언가'가 되었다고 표현했습니다.
혹자는 댓글로 '플랫폼 오퍼레이터'나 '매니저'가 된 것이라고 정의하더군요.
마치 수공예로 가구를 짜던 목수가 전동 공구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기분일까요?
아니면 공장장이 되어 생산 라인을 지휘하는 느낌일까요?
이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기술의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예전에는 웹 개발자가 오디오 플러그인을 만들려면 대학원에 가거나 수년의 독학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호기심'과 '집요함', 그리고 'AI를 다루는 능력'만 있으면 됩니다.
웹 개발자가 시스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고, 앱 개발자가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물론, "기초가 없으면 사상누각이다"라는 말, 여전히 유효합니다.
원리를 모르면 디버깅할 때 지옥을 맛볼 테니까요.
하지만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던 과거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일단 만들고, 부딪히며 배우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습니다.
저도 10년 차가 되면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습니다.
"나는 자바 개발자니까", "나는 백엔드니까" 하며 스스로 한계를 그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25년 차 선배님의 도전을 보며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어려워서", "내 분야가 아니라서" 미뤄뒀던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지금이 바로 그걸 꺼낼 때입니다.
여러분의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세요.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 코드를 타이핑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AI는 우리의 일자리를 뺏는 적이 아니라, 우리를 전혀 다른 차원의 엔지니어로 진화시켜 줄 가장 강력한 파트너입니다.
오늘 퇴근길에는 평소에 엄두도 못 냈던 기술 문서를 한번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옆에는 든든한 AI 멘토를 끼고요.
저도 오늘 밤엔 묵혀뒀던 러스트(Rust) 책을 다시 꺼내서, 챗봇과 함께 씨름해 볼 생각입니다.
우리의 전성기는, 어쩌면 지금부터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