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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목표 앞에서 얼어버린 당신에게: 뇌를 속이는 '아주 작은 한 걸음'의 기술

거대한 목표 앞에서 얼어버린 당신에게: 뇌를 속이는 '아주 작은 한 걸음'의 기술

김현수·2026년 1월 4일·3

거대한 목표 앞에 압도당해 시작조차 못 하고 계신가요? 뇌의 편도체를 속여 거창한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아주 작은 한 걸음'의 기술을 소개합니다.

솔직히 고백 하나 할게요.

저도 매년 1월 1일이면 다이어리에 야심 찬 목표를 적습니다.

"올해는 러스트(Rust)로 마이크로서비스 하나를 완벽하게 배포하겠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알고리즘 문제를 풀겠어."
"체중 10kg 감량하고 바디 프로필을 찍겠어."

결과는 어땠을까요?

짐작하시겠지만, 대부분 한 달도 안 돼서 흐지부지되었습니다.

러스트 책은 모니터 받침대가 되었고, 운동화엔 먼지만 쌓였죠.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우리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왜 우리는 매번 실패할까요? 의지력이 부족해서일까요?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우리의 '뇌'가 설계된 방식에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큰 목표를 세우면, 우리 뇌 속에 있는 편도체(amygdala)라는 녀석이 비상벨을 울립니다.

이 친구는 스트레스나 두려움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러스트로 서비스를 만든다"거나 "매일 1시간씩 달린다" 같은 거창한 목표를 마주하면, 편도체는 이걸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맹수'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원시 시대의 본능인 '투쟁 도피 반응(fight-or-flight)'을 작동시키죠.

결국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고, 본능적으로 그 상황을 회피하려 듭니다.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았다가 갑자기 유튜브를 켜거나, 코드 한 줄 짜려다 말고 냉장고 문을 여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뇌가 공포를 느껴서 도망치는 중인 거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답은 뇌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작은 걸음'을 내디디는 것입니다.

편도체를 속이는 겁니다.

"이건 별거 아니야, 전혀 위험하지 않아"라고 안심시키는 거죠.

예를 들어볼게요.

"매일 30분씩 걷기"라는 목표가 있다고 칩시다.

이건 실패하기 딱 좋은 목표입니다. 뇌에게는 너무 큰 숙제거든요.

목표를 쪼개고 쪼개서,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때까지 작게 만들어보세요.

"내일 아침 일찍 걷기?" 아니요, 이것도 큽니다.
"15분만 걷기?" 이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정답은 "현관문 앞에 운동화 꺼내두기"입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뇌가 비상벨을 울리지 않겠죠.

그냥 신발을 꺼내두는 것뿐이니까요.

개발 업무에도 똑같이 적용해볼까요?

"이 복잡한 레거시 결제 모듈을 전부 리팩토링하겠어!"

이런 목표를 세우는 순간, 우리는 압도당해서 시작조차 못 합니다.

대신 이렇게 해보는 겁니다.

"일단 IDE를 켠다."
"가장 거슬리는 변수명 딱 하나만 바꾼다."
"주석 한 줄만 단다."

이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핵심입니다.

작은 행동은 두려움을 우회합니다.

두려움이 사라지면, 우리 뇌는 비로소 이성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운동화를 문 앞에 꺼내두면, 기왕 꺼낸 김에 신어보게 됩니다.

신발을 신으면, 문밖으로 한 발자국 나가보게 되죠.

변수명 하나를 바꾸면, 그 옆에 있는 이상한 로직이 눈에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함수 하나를 분리하게 됩니다.

성공 경험이 쌓이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뇌는 "어?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할 만하네?"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이런 작은 성공들이 모여 거대한 습관이 되고, 결국엔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거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팁을 몇 가지 드릴게요.

첫째, "다음 단계가 뭐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거창한 계획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1분짜리 행동을 찾으세요.

둘째,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세요.

힘들게 땀 흘리며 뛰는 모습 말고, 편안하게 운동화 끈을 매는 내 모습을 떠올리세요. 밤새워 코딩하는 모습 말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쾌적하게 깃허브(GitHub)에 접속하는 모습을 시각화하세요.

셋째, 작은 행동을 취하세요.

책을 읽고 싶다면 '한 챕터 읽기'가 아니라 '책을 펼치기'부터 하세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면 '기획서 쓰기'가 아니라 '폴더 하나 만들기'부터 시작하세요.

넷째, 작은 보상을 주세요.

신발을 문 앞에 뒀나요? IDE를 켰나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겁니다. 스스로를 칭찬해주세요. 대부분은 시작조차 안 하니까요.

개발자 생활 10년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건, 롱런하는 개발자들은 '한 방'을 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들은 매일매일 아주 사소한 커밋(Commit)을 쌓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한 걸음이지만, 그 걸음들이 모여 결국엔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듭니다.

지금 여러분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벽이 있나요?

그 벽을 넘으려 하지 마세요.

대신 발밑에 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줍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자, 이제 이 글을 다 읽으셨다면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작고 하찮은 '한 걸음'은 무엇인가요?

저는 일단 커피잔을 싱크대에 갖다 두는 것부터 해야겠습니다.

그다음엔 IDE 아이콘을 클릭해 볼 생각입니다.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김현수
김현수10년 차 시니어 개발자

SI의 척박한 땅에서 시작해 빅테크의 대규모 트래픽까지 경험한 생존형 개발자입니다. '화려한 기술'보다 '퇴근을 보장하는 안정성'을 신봉하며, 주니어들의 삽질을 방지하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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