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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비용 담당자의 비밀 노트: AWS가 토요일 밤 기습 인상한 '15%'의 진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월요일 아침마다 AWS 빌링 대시보드를 보는 게 무섭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야생형 개발자'로 구르던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일 겁니다.
한 번은 주말에 GPU 인스턴스(그 비싼 p3dn.24xlarge였죠)를 깜빡하고 끄지 않은 채 퇴근한 적이 있습니다.
월요일에 출근하니 슬랙에 불이 나 있더군요.
"누구야? 주말 동안 서버비 몇백만 원 태운 사람?"
대표님의 그 싸늘한 눈빛과, 텅 비어버린 회사 법인 카드 한도를 확인했을 때의 공포.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개발자에게 '비용 감각'은 곧 '생존 기술'이라는 것을요.
지금 다니는 대기업은 규모가 다르니 괜찮지 않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규모가 큰 만큼, 작은 비율의 변동이 수억 원의 차이를 만듭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뉴스가 하나 터졌습니다.
아마 여러분 중 대다수는 주말을 즐기느라 놓치셨을 겁니다.
AWS가 지난 토요일, 조용히 GPU 가격을 약 15% 인상했습니다.
상황은 꽤 교묘했습니다.
보통 기업들이 주요 공지를 피하는 시간대인 '토요일'을 골랐거든요.
대상이 된 건 'EC2 Capacity Blocks for ML'입니다.
쉽게 말해, "다음 주 화요일에 우리 AI 모델 학습시켜야 하니 GPU 좀 찜해둘게요"라고 예약하는 서비스죠.
재미있는 건, 불과 7개월 전만 해도 AWS는 "최대 45% 가격 인하"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온디맨드(On-Demand)나 SP(Savings Plans) 이야기였고, 이번엔 예약형 블록 가격을 슬쩍 올린 겁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볼까요?
트렌치코트 입은 몬스터라고 불리는 p5e.48xlarge 인스턴스 기준으로,
시간당 $34.61이던 가격이 $39.80으로 뛰었습니다.
어떤 리전(US West)에서는 $43에서 $49까지 치솟았고요.

"겨우 15%?"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스턴스들은 취미용이 아닙니다.
수백만 달러 예산을 굴리는 엔터프라이즈 팀들이 거대 LLM(거대언어모델)을 학습시킬 때 쓰는 장비들입니다.
당장 우리 회사의 AI 모델링 팀 예산 계획표를 다시 짜야 할 판입니다.
제가 이 소식을 접하고 진짜 공포를 느낀 지점은 '금액'이 아닙니다.
바로 '믿음'이 깨졌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10년 넘게 클라우드 업계에는 불문율이 하나 있었습니다.
"클라우드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려간다."
무어의 법칙처럼, 하드웨어는 좋아지고 효율은 높아지니 가격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죠.
우리는 그 가정하에 장기적인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전략을 짰습니다.
그런데 그 공식이 깨졌습니다.
그것도 약관 업데이트 한 줄로 조용히 말이죠.
이건 일종의 '석탄광의 카나리아(위험 신호)'입니다.
지금은 AI 붐 때문에 수요가 폭발하는 GPU만 올랐지만, 다음은 무엇일까요?
DRAM 공급이 부족해지면 메모리 최적화 인스턴스 가격도 오를까요?
ARM 칩 공급이 막히면 우리가 가성비 좋다고 믿고 마이그레이션 했던 인스턴스도 안전할까요?
심지어 기업들이 할인 계약(EDP)을 맺었다 해도 문제입니다.
보통 할인은 '공시 가격(List Price)' 기준이거든요.
공시 가격 자체가 15% 오르면, 할인율이 같아도 내야 할 돈은 늘어납니다.
아마 지금쯤 전 세계의 수많은 AWS 어카운트 매니저(AM)들은 고객사의 항의 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빼고 있을 겁니다.
그럼 우리 같은 백엔드 개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저 "회사 돈이니 알아서 내주겠지"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아니요, 이제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1. '무한한 리소스'라는 환상을 버리세요.
클라우드는 더 이상 무한하고 저렴한 곳간이 아닙니다.
저는 최근 팀원들에게 나 을 활용해서 레거시 코드를 리팩토링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코드를 깔끔하게"가 목적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메모리 누수를 잡고, CPU 사이클을 줄여서 더 작은 인스턴스 타입으로 다운사이징하는 게 목표입니다.
2. 멀티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On-premise) 가능성을 열어두세요.
Azure나 GCP 영업팀은 지금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겁니다.
"AWS 가격 올렸죠? 우리는 조건 맞춰드릴게요."라는 멘트가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특정 벤더에 락인(Lock-in)되는 기술만 고집하다간, 가격 인상의 인질이 될 수 있습니다.
3. 비즈니스 임팩트를 먼저 계산하세요.
기술 부채를 갚거나 새로운 아키텍처를 도입할 때, 이제는 '비용 절감 효과'를 구체적인 숫자로 경영진에게 들이밀어야 합니다.
"이 리팩토링을 하면 월 $500를 아낄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생각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예외적인 해프닝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표준(New Normal)'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모든 게 풍족했던 '저금리 & 저비용 클라우드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개발자인 우리는 이제 코드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그 코드가 돌아가는 인프라의 '단가'에도 민감해져야 합니다.
결국 살아남는 건 가장 코드를 잘 짜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가장 기민하게 적응하는 사람일 테니까요.
내일 출근하면, 혹시 우리 팀이 예약해 둔 Capacity Block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엔 혹시 켜둔 인스턴스가 없는지 꼭 확인해 보세요.
청구서는 예고 없이 날아오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