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씀드리면, 리눅스 데스크톱 환경에서 X11(Xorg)은 저에게 '오래된 가죽 점퍼' 같은 존재였습니다. 낡고 해진 부분이 보여도 내 몸에 딱 맞고,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든 예상 가능한 대로 움직여주니까요. 하지만 기술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법입니다. 보안 구조와 성능 최적화 측면에서 Wayland가 차세대 표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고, RHEL 같은 엔터프라이즈 OS조차 X11 지원을 줄여가는 추세입니다. 오늘은 i3 윈도우 매니저의 창시자인 Michael Stapelberg가 2026년 시점에서 작성한 Wayland 마이그레이션 경험담을 바탕으로, 우리가 마주한 기술적 장벽과 해결 과정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선 역사적인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Wayland 프로젝트는 2008년에 시작되었지만, 무려 18년 동안이나 '실무에서 쓸 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특히 저처럼 i3나 Sway 같은 타일링 윈도우 매니저를 선호하는 개발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환경이었죠. Michael 역시 매년 Wayland로의 전환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하드웨어 호환성이었습니다. 특히 고해상도 8K 모니터와 NVIDIA 그래픽 카드의 조합은 리눅스 그래픽 스택에서 '끝판왕' 난이도에 가깝습니다.
NVIDIA의 드라이버 지원 역사는 리눅스 사용자들에게 애증의 서사시와 같습니다. 오랫동안 NVIDIA는 Wayland 표준인 GBM(Generic Buffer Manager) 대신 독자적인 EGLStreams를 고집하며 커뮤니티와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다행히 2021년 말부터 GBM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화면이 깨지는 글리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explicit sync(명시적 동기화)' 기술이 필수적이었는데, 이것이 Sway와 wlroots(Wayland용 컴포지터 라이브러리)에 제대로 구현된 시점이 2025년 중반이었습니다. 하드웨어 벤더와 오픈소스 커뮤니티 간의 합의가 얼마나 긴 호흡으로 이루어지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소프트웨어 스택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Michael은 Dell의 32인치 8K 모니터를 사용하는데, 이 모니터는 두 개의 DisplayPort 케이블을 연결해 화면을 타일처럼 합치는 MST(Multi Stream Transport) 방식과 TILE 속성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X11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하던 이 기능이 Wayland 환경인 Sway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화면의 오른쪽 절반이 까맣게 나오는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한 것이죠. 오픈소스 기여자가 작성한 패치를 적용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여기서 대부분의 사용자는 포기하고 다시 X11로 돌아갔을 겁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최신 AI 기술을 디버깅 도구로 활용했다는 사실입니다. Michael은 'Claude Code'라는 AI 어시스턴트에게 Sway, wlroots, Xorg, Mesa 등의 방대한 소스 코드를 분석하게 시켰습니다. 이틀간의 집요한 테스트 끝에, AI는 NVIDIA 드라이버에서 특정 DRM 속성(SRC_X)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규명해 냈습니다. 더 놀라운 건 AI가 화면 오른쪽 버퍼를 우회적으로 복사하여 출력하는 임시 패치까지 제안했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일일이 로그를 찍어가며 몇 주가 걸렸을 디버깅 과정을 AI가 획기적으로 단축해 준 사례입니다.
결국 2026년이 되어서야 그는 비로소 8K 모니터에서 Wayland를 실무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영체제는 시스템 구성을 코드로 관리할 수 있는 NixOS로 전환하여, 설정이 꼬였을 때 언제든 안전하게 롤백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새로운 기술(Wayland)을 도입하기 위해 레거시(X11)를 버리는 과정은 단순히 패키지를 설치하는 문제가 아니라, 하드웨어의 밑바닥부터 드라이버, 커널, 그리고 최신 AI 도구까지 총동원해야 하는 종합적인 문제 해결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변화는 두렵고 귀찮습니다. 저 또한 터미널 설정 하나 바꾸는 데에 반나절을 쓰느니 코드를 한 줄 더 짜는 게 낫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18년을 기다려온 Michael의 집념과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 과정을 보며, 엔지니어로서 기술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레거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왜 안 되는가'를 파고드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도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유연함이야말로 우리가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요. 혹시 여러분의 PC에도 관성 때문에 남겨둔 X11 세션이 있다면, 이번 주말엔 Wayland 설정을 한 번 건드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물론, 백업은 필수입니다.


